부산 사찰 추천 부산북구 만덕 석불사

 

2024년 4월 21일 오후. 부산에서 보기 힘든 미세먼지 때문일까? 요 며칠 몸의 기운도 없고, 우울감이 들었던 터라 등산 겸 사찰을 방문하기로 하였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등산이란 특별하게 산을 탄다는 개념이 아니라 고향의 집 뒷산을 산책 겸 오고 가는 것이었습니다. 고향을 떠나 부산에 온 뒤에는 집 근처의 산이 없어서일까? 게을러져서일까? 산을 쳐다보지 않게 되었어요.  

큰맘을 먹고 출발하려던 때,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비가 추적추적 내립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미세먼지가 비에 씻겨 공기는 좋았다는 사실이에요. 

버스를 타고 석불사 입구 정류장에 내리면 순간 당황하게 됩니다. 석불사,덕천사,복천암 등등 수많은 표지판들이 우리 절로 오라고 손짓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방문하려고 했던 석불사는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헷갈립니다. 다행히 같이 산행을 하는 친구가 석불사를 한 번 가 봤기에, 친구의 손짓에 쫄래쫄래 뒤따라가면 되었습니다.  

석불사 입구

걱정했던 것과 달리 비는 기분 좋을 정도로만 내렸고, 멀리 보이는 산들에 안개가 껴 있는 모습은 장관이었어요. 우산도 없이 비를 맞고 있는 몸의 감각은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였습니다. 

석불사로 올라가는 입구는 마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등장하는 "영계로 통하는 길" 같은 몽환적인 느낌을 받았어요. 

 

입구에는 작은 마을과 고즈넉히 우뚝 솟은 고목이 자리 잡아있었습니다. 올라가는 도중 끼익 끼익 거리는 소리가 계속 나길래 새소리인 줄만 알았는데, 마을에 있는 바람개비가 비바람에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소리였답니다.

산 경사는 상당히 높았어요. 체력은 나름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습니다.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다리가 후들거렸거든요. 앞으로 틈틈히 체력을 올려야겠다 다짐하였습니다. 

등산로 중간에 물소리가 시원하게 들리는 작은 계곡이 있어서 숨도 고를 겸 잠시 물멍을 하였습니다.

 

싱그러운 겹벚나무도 보았어요. 

 

산 중간에는 사람이 살고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귀여운 주택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가량을 올라왔을까요? 웅장한 돌 하나가 멋들어지게 앞에 등장하였습니다. 이제 거의 다 왔다고 알려 주는 것만 같은 부처" 불" 한자가 멋있게 돌에 적혀있었습니다.  

 

 

석불사

 

 

드디어 석불사가 나왔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높은 곳에 사찰을 지었을까요? 

 

 

 

 

 

 

 

 

 

높은 산 위에  사찰이 있는 것도 놀랍지만, 입구를 넘어 사찰 내부로 들어가면 큰 대웅전과 사리탑과 범종들이 맞이해주고 있어서 신비한 기분이 들었어요. 걸어서 올라오는 것도 숨에 찬데, 사찰과 불상, 사리탑에 들어가는 주재료를 어떻게 높은 산까지 옮겼을까 미스터리합니다. 안내 표지판에 따르면 병풍암 석불사는 1930년 경 조일현 승려가 지었다고 합니다. 조일현 승려가 주지스님으로 있는 동안 암벽에 석불을 만들었다고 해요. 

 

 

 

그 유명한 암벽 석불은 대웅전을 지나오면 조성되어 있습니다. 다른 사찰에서 오신 듯한 고승께서도 아름다운 석불에 놀라셨는지 연신 카메라 셔터를 작동시키고 계셨어요. 

 

여러개의 눈으로 세상의 괴로움을 보신다는 관세음보살 상의 모습은 약간은 익살궂습니다.

 

큰 석불뿐만 아니라 작은 석불까지도 디테일하게 깎아서 묘사해놓은 것을 보면 석불사를 꾸며 놓은 옛 분들의 불심이 대단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석불에서 또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제일 높은 곳에 산신각이 위치해있었습니다. 산신각에서 내려다보는 사찰 전경을 보면 경사가 얼마나 높은지 잘 알 수 있겠죠?

이제 대웅전 2층으로 가보려고 합니다!

 

 

사찰에 꼭 있는,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처마종 을 만났습니다. 이 처마종을 보면 내가 절에 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아요.

 

 

대웅전 2층에는 아주 많은 불상들이 마치 피규어처럼 놓여있었습니다. 수많은 불상들은 모두 가부좌를 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합장을 하고 있는 모습, 오른손을 내밀고 있는 모습, 왼손을 내밀고 있는 모습 등 같은 모양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면 다 달랐어요.

 

 

이제는 정말 등산도 끝내고 사찰 구경도 완료한 채, 아무 근심 없이 멍을 때리며 경치를 감상하였습니다. 한 시간가량 높은 경사를 올라왔기에, 다시 내려갈 길이 험할 것 같긴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호흡에 집중하려 하였습니다. 비가 와서 걱정했지만, 올라 와보니 오히려 비가 와서 더 멋진 여행이었습니다. 등산객이 많지는 않았지만, 등산객 중 절반은 외국인 관광객이었어요. 알고 보니 부산 사람들보다도 외국 여행 커뮤니티에는 더 유명한 사찰이었다고 해요. 한국인들에게도 더 유명한 절이 되어도 손색이 없는 멋진 절이었습니다!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